2005년 개봉. 감독/각본가 라이언 존슨. 주연 반짝반짝보들보들꽁냥꽁냥(...)한 시절의 조셉 고든-레빗.
1. 비열한 거리의 수호자와도 같은 고독한 탐정, 음모에 말려들어 어리버리하게 희생된 전 애인, 유혹의 손길을 뻗쳐오는 팜므파탈, 거물 갱두목, 주먹 깨나 쓰는 갱두목의 폭력적인 꼬붕, 무뚝뚝한 경찰, 남의 집 숟가락 갯수까지 다 꿰고 있는 유능한 정보원 겸 협력자, 남자를 티슈 한 장처럼 갈아치우는 악녀, 부패한 부유층 인사, 살인청부업자, 잡다한 깡패, 도가 지나치리만치 냉소와 위트가 가득한 비비 꼬인 대사빨까지 그야말로 필름 느와르의 모든 요소를 다 갖췄고 미스터리 잘 짜이고 진행 깔끔하고 재미까지 있거늘 딱 하나 배경이 고등학교요 등장인물은 죄다 틴에이저(.................)인 영화.
2. 어둑어둑한 거리에서 장례식과 경야가 한 번에 대략 666건쯤 닥친 듯한 우울한 낯짝의 중년남녀들이 읊어야 좀 각이 맞을 대사를 새파랗게 어린 고딩색히들이 눈가에다 힘 팍 쌔리주고 주절대면서(.....) 마약도 팔고 주먹질도 하고 칼도 휘두르고 총도 쏘고 때론 사람도 때려잡고 하여간 필름 느와르의 악당이 할 만한 짓은 죄다 하는 와중에 휴대폰은 선생한테 압수당해서 연락이 끊기고, 뭣 좀 할라치면 교장이 눈에 불을 켜고 호출하며, 우유와 쿠키를 날라온 엄마가 각잡힌 정치적 대화를 훼방하는 와중에 제작진이고 배우들이고 시치미 딱 떼고 열라 진지하고 건조한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는 어떤 의미 존핸 슈르-_-;한 영화. 이런 빌어먹을 내가 브릭에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느끼는 건 요즘 재발한 중증의 슈르지향증후군 때문이었던가!
3. 카테고리에서 이미 짐작들 하셨겠지만 당신이 긴신히지에 관심이 있다면 매우 볼 가치가 있는 영화. (........엉?)
즐감하세요 웃흥.
주인공 브렌든 프라이(Brendan Frye)
학교의 온갖 비리를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도 냉철하게 한 발 빼고 뒤로 물러나 모든 것을 관조하는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성격의 애늙은이 총각. 비열한 거리의 고독한 사립탐정. 이거이 웬 고2병이냐고 따지면 안됩니다. 조고레가 한창 반짝반짝할 때라 러닝 타임 내내 후줄근한 점퍼 한 벌로 버티면서 쳐맞고 칼침도 좀 찔리고 피흘리고 진흙탕에 쳐구르고 바닥에서 버르적거려도 존핸 예쁘다는 게 중요하다.
무간섭 비관여를 원칙으로 삼으며 멀쩡한 카페테리아는 냅두고 허구헌날 뒷뜰에서 에헤라디야라 구르고 있지만 딱 한 번, 여친인 에밀리를 보호하려 룰을 깨고 자꾸 에밀리를 쑤석이는 마약딜러 제르한테 일종의 함정수사를 걸어 감옥으로 고고씽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에밀리는 브렌든의 행동을 의도와는 달리 도를 넘는 간섭/질투로 받아들인데다 평소부터 잘 나가는 애들과 사귀고 그룹에 끼고 싶어하던 일반인으로선 지저분한 세상과는 담 쌓고 사는 브렌든의 라이프 스타일이 도시 감당이 안되던 터라 커플은 보기좋게 투 더 브레이킹. 당연히 결과적으로는 브렌든이 옳았죠 뭐. 한 마디로 이 둘의 결정적인 비극은 세상을 지 실 나이 다섯 배쯤은 더 산 듯한 늙다리 브렌든과 화려함을 동경하고 탈선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10대 소녀 에밀리의 정신연령이 아예 딴 차원에서 놀았다는 거(.....).
뭐 어찌 됐건 간에 에밀리를 정말로 좋아하고 세상의 풍파에서 지켜주려 많이 노력한 건 사실이다. 죄다 역효과만 났기로서니. 하긴 본편에서 에밀리가 이리저리 치이면서 굴러다니는 꼬라지를 보면 남자 입장에서 보호욕구도 생기겠지 말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느 시대에도 남자 최고의 로망은 구원자/영웅/기사지 말입니다.
하지만 피임은 하자꾸나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라 머리가 초당 500회 속도로 굴러가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아니나다를까 필름 느와르 주인공답게 말빨이 드럽게 좋은지라 입만 열면 명대사가 꾸물꾸물 튀어나온다. 꼭 창백한 샌님 같은 인상을 한 게 쌈질도 상당한 수준이고 배짱도 조낸 두둑하다. 뭐지 이 아닌 척하면서 실은 대놓고 엄친아 알파메일인 재수없는 퀄리티는(.........).
결정적으로 보다시피,
천연파마입니다(......).
긴상이네 긴상이 맡아야겠구먼
메인 히로인 1-피해자/가련한 여인 에밀리 코스티치(Emily Kostich)
원래는 꽤 참한 아가씨인데 여러모로 마음 고생이 심해서 퀭해졌다;
생김새부터 난 희생자라고 대놓고 고함질러대는 금발과 푸른 눈의 창백한 Fair. 브렌든과 깨진 후 학교의 왕벌과 여왕벌 커플인 브래드-로라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룹에 끼려고 노력한 것까지는 뭐 그럭저럭 살다 보면 사춘기에 겪는 흑역사쯤으로 치부할 뻘짓이었으나 눈썰미 좋은 로라가 단박에 '상승욕구가 강한 호구'(.....)임을 파악하고 적당히 잘해주면서 언젠가 써먹으려 쟁여두는 통에 인생이 존망함(...). 결국 거물 마약상 핀(The Pin)이 유통시키는 마약인 브릭(Brick)을 빼돌린 혐의를 대신 뒤집어쓰고 조직에게 쫓겨다니다 핀의 오른팔이자 자신의 전전남친인 터거에게 끔살당한다.
그거 다 제하고 죽었을 때 임신 3개월이었거늘 아이 애비가 누군지 지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는 진짜로 대책없는 지지배(.......)
애 아빠 후보가 전전남친인 터거와 전남친인 브렌든과 에밀리를 좋아하는 약쟁이 그룹 리더 도드 셋인데 모두 자길 애 아빠로 의심 내지는 확신하고 있다. 고딩 신분에 여러 남자랑 뒹굴 거면 하다못해 피임해 콘돔 씌워 약 먹어 이 망할 년아;;;; 정작 제삼자인 로라는 병원에 다녀온 직후 '임신 3개월 = 두 달 전에 헤어진 브렌든이 아빠'라는 결론을 진작에 내렸거늘 이년은 기본적인 머리도 돌아가지 않았단 말인가 -_-;; 아니면 브렌든과 사귈 때도 썸씽이 있었다는 건가;;; 뭐 썸씽이 있었다손 쳐도 얘가 바람둥이라거나 나쁜 년이라서는 절.대. 아니고 어어어어 하다 상황에 휩쓸려갔다는 데 애슐리 한 끼도 걸 수 있다. 대체 도드와 자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이 기집애야;;;; (...걍 '애를 낳고 싶지만 애 아빠를 사랑하진 않는다'던 에밀리의 말이 브렌든에게 걸리는 걸로 이해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성 싶기도 하다;)
덧붙여 조금 부연설명을 하자면 정확히는 브릭의 행방을 추궁하러 찾아온 터거를 달래보자고 뱃속에 네 아기가 있다고 했다가 꼭지가 돌면 자길 다스리지 못하는 놈이 격분을 참지 못하고 살해한 건데,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네 아기 운운은 애시당초 로라의 아이디어였다. 야 너 바로 전날에 로라를 보자마자 악마라도 본 양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질려 달아났잖아 왜 걔 말대로 하는데!! ;;; 물론 로라는 사전에 에밀리가 무슨 말을 하든 사실이 아니니 믿지 말라고 터거에게 밑밥 깔기를 잊지 않았고요(.....).
이래저래 이용만 실컷 당하고 상황에 휘둘리기만 하다 목숨까지 잃은 불쌍한 년이자 남자는 많이 꼬이지만 남자복은 없고 있어도 지 발로 차버린 어떤 의미 자업자득의 여자. 보호욕구는 확실히 자극하는데 지켜줄 사람을 잘못 골라도 너무 잘못 골랐음. 멍청하고 제 분수를 모르면; 애꿎은 몸이 고생하기 마련입져. 정말로 간만에 보는 누구누구 씨 같은 미련한 년이었다. 어이구 어이구.
이 역은 부장이다 부장 말고 누가 해먹으리오
메인 히로인 2-팜므파탈 로라 대넌(Laura Dannon)
치어리더팀 에이스이자 아이비 리그 진학이 예정된 졸라 사기캐. 마지막 순간까지 선과 악의 경계선에 애매하게 머무른 여자답게 흑갈색 머리와 짙은 눈동자, 하얀 얼굴의 반 브루넷. 그리고 더럽게 예쁘다.
미쿡 틴에이저 로맨스를 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일이되 저 동네 고등학교에서 최상위 계급은 남자라면 미식축구 선수고 여자는 치어리더다. 보통 영화 속의 치어리더는 놀기 좋아하고 예쁘고 골빈 금발(....)이지만 - 실제로는 거의 애크로바틱에 가까운 고난이도의 치어리딩을 전부 익히고 소화하려면 엔간한 머리 가지고는 안된다지만 - 때로는 아이비 리그로 직행하는 존재 자체가 사기같은 년도 있는 법이다. 심지어 입은 옷/모는 차/사는 집 3박자를 보건대 엄청난 부잣집 영애. 공평한 인생?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미식축구팀 에이스인 브래드 브래미쉬와는 학교 공식 커플. 실은 핀의 애인. 브래드를 손가락 하나로 자알 굴려먹어 핀에게서 정기적으로 약을 구입하도록 살살 유도하여 매상에 심히 공헌하고 있다. 공이나 굴리고 허세나 쩔어주는 브래드가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당연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흑막입니다. 드라마 뱀프이자 2류 악녀에 불과한 카라(노골적인 브루넷)는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쌍년 겸 비치.
브렌든의 말에 따르면 '탐욕 혹은 권태 때문에' 브릭 일부를 빼돌려 핀의 사업에 타격을 입히고는 그 죄를 모조리 에밀리에게 뒤집어씌우고 총구 앞으로 몰아붙인 후 유유히 빠져나간 장본인이다. 핀과 터거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립하고 있을 때 브릭 마지막 한 덩어리를 두 번째로 빼돌려 (주변에서 자꾸 사고나 치고 시끄럽게 깔짝대는) 깡패 두 놈을 일피쌍타로 한 큐에 싹쓸이한 솜씨를 보면 이유는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듯. 브렌든과 동침할 정도로는 호감이 있었지만 이 눈치 졸라 빠르고 머리도 잘 굴러가는 놈을 살려두면 지금은 대강 넘어가도 앞으로 위협이 될 게 빤하니 일부러 가지 마라 위험하다 노가리를 까는 척 역으로 부채질해서 아예 원턴쓰리킬을 노리는 대담함도 보유했다. 다만 브렌든이 조금 더 정보를 캐낼 기회가 많고 약간 더 머리가 잘 돌아갔을 뿐. 막판에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되 마지막까지 손톱 세워 브렌든의 속을 대차게 복복 긁고 퇴장하는 모습은 촘 많이 멋졌다. 아울러 브래드와 핀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며 관계를 유지하는 거나 선불맞은 멧돼지처럼 날뛰는 터거가 어째 로라의 말은 고분고분 잘 듣고 다 믿고 따르는 거나 누구 하나 로라를 추호도 의심치 않았던 꼴을 볼작신대 연기자로도 조련사로도 S급 이상. 뭐죠 이 완벽한 악역 언니는. 이뇬 좀 더 나이 먹고 관록 붙으면 나라 몇 개 거뜬히 말아먹겠네요.
종국에 브렌든에게 한 대 대차게 쳐맞긴 했지만 이년의 기본 스펙이 워낙 넘사벽이라 딱히 큰 타격을 입을 것 같지도 않음; 조금 멀리 돌아가게 될진 몰라도 말이죠. 한 20년쯤 후에 경성경국의 물 오른 미모를 자랑하는 악덕 정치가나 암흑계의 큰손 왕언니가 되어 브렌든과 재회하면 그때부턴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인가. .....촘 재미있을지도? (야)
넌 신짱이구나 잘 알았습니다
실상 주인공의 왼쪽에 예쁘고 나쁜 년을, 오른쪽에 예쁘고 어리버리한 년을 세트로 붙여주는 건 천지창조 후 아담 이래의 오랜 전통이죠. 그리하여 오늘도 '엉뚱한-곳에서-긴신히지-찾아내며-낄낄대기' 미션은 바람에 스치웁니다. 3P 좋잖아 3P. 문란하다고요? 안 들려 안 보여.
덤 하나. 예쁘긴 우라지게 예쁜 못된 년 특집.
덤 둘. 서로 뱃속에 딴 생각 품은 브렌든과 로라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가 더러운 취향에 저스트 피트한 결과물.
이거이 긴신 퀄리티
덤 셋. 솔직히 불자면 이 영화 최고의 모에캐는 따로 있습니다!
브렌든의 유일한 친구이자 최강의 정보통인 브레인(The Brain).
말 그대로 구석에 앉아서 남의 집 젓가락 숫자까지 헤아리고 있을 놈. 루빅스 큐브 만지작거리고 아침부터 도서관에 처박혀 책 쌓아놓고 공부하는 전형적인 너드캐 주제에 사귀던 사이도 모르는 락커 번호에다 웬만한 인간들의 행동 패턴에 동선까지 죄다 파악하고 거미줄 뽑듯 거침없이 술술 불어대는 너는 대체 뭐하는 작자.
모에하잖아.
어디 그뿐인가 조낸 까다롭고 염세주의적이고 인간이 싫어서 죽으려 하는 브렌든의 친구를 용케도 해먹고 있는 것부터가 몹시 모에하려니와, 사건에 자발적으로 머리 쑤셔박은 브렌든이 엉뚱하지 않으면 척 듣기에도 골치아픈 부탁을 수 차례 남발해도 한숨이나 좀 쉬다 뿐이지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능수능란하고 유능하게 맡은 일을 완벽히 해치우며 음으로 양으로 도움이 되어주기까지 하거늘 여기서 뱃속 저 깊은 곳으로부터 꿈틀대며 올라오는 무언가를 느끼지 못하는 당신에겐 동인녀의 자격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빌라이즈드? 뭐야 그거 맛있는 물건인가요?
아울러 카사블랑카 자알 보다가 르노 대위와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릭의 뒷모습에서 "....엣, 뭐야, 최후의 승자는 저 남자?" 라 경악했듯 로라가 가 버린 직후 정줄 놓고 멍때리는 브렌든의 뒤에서 어디선지도 모르게 불쑥 나타나 마지막 대화 시퀀스를 요령좋게 채가는 브레인의 완벽한 마무리 스킬에 급기야 찌인한 감동마저 느꼈다. 어벙한 년과 못된 년은 얼른 잊고 옆의 친구랑 잘해보는 편이 앞으로의 브렌든 인생에 훨 도움된다는 데 주저없이 한 표를 날리겠다.
원래 여자에 실망하고 남자로 달리는 게 BL의 필승 패턴
덤 넷. 이런 저런 거 다 제하고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자아 브릭을 찾아 어디로든 Go!!!